호랑이가 울었다

    (호명=虎鳴)이란 호랑이가 울었다 란 뜻이다.
    옛날 이야기다.

    경상도 예천 호명(虎鳴)이라는 고을에 있었던 이야기다.

    이곳 호명은 올망졸망 울룩불룩 야산이 있지만 특히 경상도 북부일대에 하늘을 홀로 떠받들고 앉은 학가산(鶴架山)의 높고도 웅장한 모습이야말로 세찬 산돼지처럼 이어 뻗은 사나운 산줄기를 따라 호랑이가 출몰하였다는 이야기가 수월 찮게전해오고 있어 농담으로 듣기에는 믿기지 않는 실감나는 이야기가 간혹 전해 온다.

    호명이라는 말뜻은 호랑이가 울었다는 뜻인데

    호랑이가 위엄을 갖추어 울부짖었다면 호후(虎吼)

    호랑이가 성낸 소리로 으르렁 거렸다면 호효(虎哮)라고 표현하는데

    호랑이가 어굴하거나 슬픈 일로 울었다면 호명(虎鳴)이라한다.

    "호명(虎鳴)은 호랑이가 새들처럼 슬프게 울었다"의 한문식 표현이다.

    이야기의 참내용을 살펴 본다.

    호랑이가 울어도 호랑이답지 못하게 울었다는 것은 더욱 야릇한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학가산 어귀에 지금도 황지라는 못이 있고 이 부근에 "호망실" 이라는 동네가 있었는데 지금은 소망실이라고 부르는 마을이다. 이 호망실이라는 이름도 "호명"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는 것도 이야기의 근거를 확실하게 해 준다.

    이 호망실 앞으로 흐르는 개울은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으로 흐르지만 말고 깨끗한 개울에는 여름날이면 쉬원한 목욕터가 된다.

    학가산 봉우리아래 깊은 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호랑이 한마리가 늘거 가도록 지키고 있는데 사남다는 소문이 파다다하여 부근에 살던 산짐승들이 하나둘씩 흩어지게되니 점차 호랑이는 잡아먹을 양식거리가 줄어 들게 되고 때때로 배를 채우지못하고 잡이 드는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배가 고프다 보니 더욱 더욱 사나운 고함소리만 더 해지게되고 하루하루 쇠약해저서 몸을 지탱할 근력조차 없어지고 토끼 한마리조차 따라 잡을 용력마저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지만 호랑이라는 프라이드가 있어서인지 그래도 목줄에 힘을 주고 나서면 위풍당당하게보이기도 하였다.

    어느날 호랑이는 고픈배를 안고 그냥 굴속에 있을 수가 없어서 나들이를 나섰다. 사냥도 할겸 어디 구석구석 언저리를 돌다보면 하다못해 토끼나 한마리라도 눈에 뜨일까 하고 겸사겸사 나섰다.

    소문대로인지 산등성이를 넘어서도 먹거리가 눈에 뜨이지 않고 점점 더 허기는 심해저서 이제는 더 참기가 어려워 진다. 할 수 없이 사람들이모여사는 마을로 가 보면 동네지키키는 눈먼 강아지 한마리라도 나타났으면 하고 마을이 있는 길목을 돌아 다시 산등성이하나를 몇개더 넘었다.

    "그래 마을로 내려가 보자"

    그래도 먹거리가 있을 만 항 곳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이 좋겠다고 싶었다. 다소 위험 부담은 있더라도 개나 닭이나 돼지라도 물고 올 것은 있기 때문이었다. 저녁 무렵이면 사람들이 아직 들에서 돌아오지 않아 마을이 텅 비었을 터이고 보면 동네지 키는 것이 겨우 개몇마리 있을 터이니 그까짓 개 정도야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았다. 뱃가죽은 등에 오그라들었고 다리는 휘청거리지만 개정도야 고함소리 한 번에 제압 할 기운은 남았었 대행으로 생각하고 어슬렁어슬렁 산 고개를 막 넘어오는데

    "이게 웬 떡이냐? 엉?" 호랑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놀라서 그만 숨소리를 죽이고 산등성이 칠부능선에 고개를 숙이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뜻밖이 이었다.

    너무도 뜻밖의 일이 바로눈앞에 벌어진 것이었다.

    호랑이는 그 큰 눈망울 을 굴리면서 이외의 상황에 그만 숨이 턱턱 막힌다.

    거기에는 16세는 됨직한 여자아이 하나가 홀랑 옷을 벗고 개울에서 목욕을 하고 있다.

    하얀 목덜미 살결이 그저 한 입 덥석 물고 싶은 충동이 와락 하고 튀어 나온다.

    그 아리따운 아가씨는 호망실에 사는 아가씨다.

    부모님들이 더운 여름날 논밭에서 일하고 돌아오시면 드릴 저녁을 짓는데 뒷터밭에 상추쌈도 뜯고 대파도 뽑아서 나물 무침을 하려고 바구니를 들로 왔다가 흐르는 개울물소리를 듣고 잠시 목욕이나 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호랑이야 이런 인정사정이야 볼 것도 없으려니와 다만 입가에 흐르는 침을 삼킬 수조차 없을 정도로 시장한참이지만 더욱 가관인 것은 아직 갓 어린 여자라 그야 말로 으뜸가는 맛일 뿐 더러 거추장스러운 옷가질랑 홀랑 벗었으나 그냥 입으로 삼키면 그만이고, 거기다가 지저분한 땀 냄새와 소금 끼조차 몽땅 씻어 내고 있으니 이거야 말로 정신 못차리게하는 성찬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호랑이는 도저히 참을 수도 없다.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이런 횡재가 도 어디 있겠는가?

    며칠을 굻고 굶주린 보람이 바로 이러한 성찬을 만나기 위한 행운이다.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가슴이 부푼다.

    너무도 좋다.

    그래서 웃음이 나온다. 마구 터지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도저히…….

    ―웃기는 웃어야 하겠는데 웃다 보면 바로 개울가 풀숲에 숨은 자신의 정체가 들어 날 태고

    한 창 몸을 씻고 있는 그 소녀가 놀랄 터이니 잠시 자리를 떠나서 실컷 웃고 와야 겠다

    아무리 그래도 웃는 사이에 도망이야 갈 수 있을라고? 내가 누군가

    날래기라면 나를 당할 자가 없지 않은가?

    까짓 어린 아이 정도면 고함소리 한방이면 그냥 기절할걸. 뭐!----

    호랑이는 잠시 자리를 피하여 뒤돌아 온 산등성이로 살그머니 넘어 갔다.

    그리고 웃었다.

    소리가 크게 나면 안 되니까 소리죽여 웃었다.

    정신없이 웃었다.

    웃으면 건강해 진다는 말도 있고해서 손해 볼 것이 없으니 또 웃고 또 웃었다.

    한참 동안 웃었다.

    웃으면서 생각해도 좋았다. 또 웃었다.

    그리고 또 웃다가 웃다가.... 문득...........생각했다. 아차.........

    호랑이는 그때야 왜 웃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얼른 다시 산등성이를 넘어 개울가에 뒤돌아왔다.

    없다 앗뿔싸아.............하늘이 노오랗다. 구부정한 허리는 더 구부러진다.

    어디로 가고 없다. 웃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이미 밤은 깊고 풀벌레들만 요란스럽게 합창한다.

    우렁찬 자연의 교향곡처럼............. 온 산곡을 흔든다..

    겨우 기운을 차린 호랑이는 마을로 찾아들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물러 날 수 없다.”

    호랑이도 독이 올랐던 것이다.

    "나도 한다면 한다"과연 호랑이 이름다운 각오다.

    무엇이라도 한 건은 해서 빈 배를 채워야 한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슬그머니 동네 가장자리 초가집 담 밑까지 이르렀다.

    등불이 켜 있고 두런두런 사람 소리도 난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애기 우는 소리가 담넘어오 들려 와서 귀를 기우리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야 밖에 호랑이 왔다 뚝 그쳐!".

    엄마인 듯 한 아낙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호랑이는 깜짝 놀랐다.

    ---아니 내가 온 줄도 다 알고 있네----

    호랑이는 섬뜩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아이는 더욱 큰 소리로 악을 쓴다

    호랑이도 겁을 먹고 담 밑 그림자에 몸을 숨긴 다음 웅크리고 있는데..

    그 소리를 들은 아이는 더 큰 소리로 울어 재낀다....

    "야 울면 문밖으로 쫒아 낼 태여 울음 그쳐!"한다

    --문밖에 버리기만 한다면야 그야말로 비호처럼 잡아 챈 뒤 물고 달아나야지---하며 기다리는 호랑이는 가만히 문틈으로 새어 나올 다음 말에 귀를 귀울리고 있는데..

    "야! 곶감!"

    하는 소리와 동시에 울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야말로 "뚝"하고 그친다.

    --곳감?--- 호랑이는 덜컥 겁이 났다.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있구나............

    내가 여기 있다가 내명대로 못 살겠구나-------------]

    호랑이는 그냥 줄행랑을 쳤다는데. 건지산으로............

    건지산을 넘어 본포(本浦-범우리)라는 마을에 가서야 호랑이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울었는데 이곳이 곧 호명의 본 동네이며 호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연유가 되고 호망실은 호랑이가 망신을 당했다는 곳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지만 지금은 소망실로 개칭하여 부른다

    호랑이의 그 위대한 체신머리를 깎아버린 것으로 호명(虎鳴)이라는 뜻 속에는 콧대 높은 호랑이도 울려서 보낸 고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무섭기만 하던 호랑이조차도 멋들어지고 거뜬하게 제압한 뜻도 포함된다.

    그래서 호명출신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특별하다고 옛날부터 있어 온 말이 있다.

    “그 사람은 경상도 예천에 호명사람이란다“ 라고 하면 특별한 사람의 대명사이다.

    <나도 예천군 호명면 송곡동 사람이다 이관희 >

홈페이지